노인 일자리 복지로 신청하고 생긴 놀라운 변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친정 엄마 한마디가 시작이었어요

그날도 별거 없이 엄마랑 밥 먹고 있었거든요. 김치찌개 끓여놓고 먹고 있는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동네 친구가 이번에도 노인 일자리 붙었다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이 말 듣고, 처음엔 좀 웃겼어요. 엄마가 ‘일자리’라는 단어를 쓰는 게 낯설어서요. 그런데 진지하게 얘기를 꺼내시는 걸 보니까, ‘아 이거 그냥 흘려들을 게 아니구나’ 싶었죠.

사실 그전엔 저도 노인 일자리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냥 어디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공원 정리하시는 어르신들만 생각했지, 그렇게 다양한 게 있는지 몰랐어요. 엄마 말 듣고 나니까, 저도 궁금해져서 바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음.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종류는 많은데 설명이 복잡하게 써져 있어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냥 동사무소로 갔어요. 역시 이런 건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낫더라고요.

동사무소에서 상담받은 날, 실은 좀 당황했어요

점심시간 지나서 도착했는데, 상담창구에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생각보다 많이들 관심 있더라고요. 제 차례가 되니까 담당자분이 친절하게 설명은 해주셨는데… 어르신 기준으로 얘기하시다 보니까, 제가 중간에 끼어 설명 듣는 느낌이더라고요.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막상 신청하려니까 머리가 하얘졌어요.

일자리는 공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인력파견형 이런 식으로 나뉘고요, 근무 시간도 다 달라요. 급여도 종류에 따라 다르고요. 저는 그냥 엄마가 무리 안 하면서도 사람들하고 어울릴 수 있는 걸로 알아봤고, 그중에 복지관 안내 도우미나 급식도우미가 눈에 띄었어요. 근처 복지관이랑 동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알아봤고요.

지원서 쓸 때, 진짜 웃겼던 게… 예전 경력 적는 칸이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나 미용실 아르바이트 했었지?” 하시면서 30년 전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거 적어야 하냐고 물으시는데, 저도 모르겠어서 민망했어요. 결국 담당자한테 “경력 오래된 건 생략해도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웃으시면서 “네, 상관없어요~” 하시더라고요.

다른 일자리들도 비교는 해봤는데 고민 많았죠

시장형은 개인사업처럼 운영하는 경우라 수익이 더 괜찮대요. 근데 재료비 같은 걸 본인이 먼저 부담하고, 안 팔리면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그런 쪽엔 소질도 없고, 손님 상대하는 건 너무 부담된다고 하셔서 패스했어요.

통학버스 동승 도우미도 있긴 했어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아이들이랑 같이 이동하면서 안전 체크하는 일이더라고요. 근데 버스타고 가야 하는 거리라 이동이 좀 힘들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엄마는 무릎이 살짝 안 좋으셔서 무거운 가방 들고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셨어요. 결국 제일 무난하게 복지관 근처에서 일하는 걸로 결정했어요.

막상 시작해보시고 나서는 눈빛부터 달라졌어요

엄마가 처음엔 긴장하셔서 전날 잠도 못 주무셨대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근데 첫 출근하시고 오신 날 표정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집에 들어오시면서부터 “야야, 거기 직원분들이 너무 잘해주시더라~” 하시면서 계속 웃으셨어요.

일은 주로 안내 데스크 옆에 앉아서 어르신들 오시면 어디 가야 하는지 설명드리는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바쁘지도 않고, 사람들하고 대화도 하니까 하루가 금방 간대요. “나 진짜 사람들한테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은 기분이 들더라”는 말을 듣는데, 괜히 제가 울컥했어요.

예전엔 그냥 집에서 TV 보고 텃밭 가꾸고 그러셨는데,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옷 고르시고, 점심도 챙겨드시고 나가세요. 생활 패턴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엄마가 활기차지셨어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저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일단 신청 시기가 너무 제한적이에요. 1~2월 사이에 모집공고 뜨고 마감도 금방 되니까, 그 시기를 놓치면 1년 기다려야 해요. 저도 사실 작년엔 너무 늦게 알아서 한 해를 날렸거든요.

또 급여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요. 월 27만 원 정도 되는데, 활동비 수준이라고 보면 돼요. 정기적인 수입으로 생활비에 큰 보탬이 되는 수준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게 단순한 ‘돈’이 아니라 ‘역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그리고 행정절차가 아직은 불편해요. 온라인 신청도 할 수 있다지만, 솔직히 어르신들 혼자 하시긴 어려워요. 저희 엄마도 휴대폰은 통화만 하시거든요. 서류 준비도 간단하진 않아서, 가족 중에 한 명은 꼭 도와드려야 돼요.

같은 워킹맘으로서 진심 담아 드리고 싶은 조언

부모님이 하루종일 집에만 계시고, 대화도 줄어들고, 기운 없어 보이실 때 있잖아요. 그런 모습 보면서 속으론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요. 저는 이번 경험 통해 확실히 느꼈어요. ‘역할’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걸요.

노인 일자리라는 말 자체가 좀 거리감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은 부모님께 ‘나도 사회의 일부야’라는 자존감을 선물해주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친구 만나서 수다 떨고, 사람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지시더라고요.

혹시라도 망설이고 계신다면, 이번 겨울엔 신청 일정 미리 확인해두세요. 정보는 구청 홈페이지나 주민센터에 다 있어요. 모르겠으면 그냥 직접 가보는 게 제일 편해요. 제 경우엔 그렇게 한 게 훨씬 수월했어요.

엄마가 하시는 걸 보니까 아버지도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도 꽤 있더라고요. 공원 순찰, 안전 점검 같은 거요. 가족 중 누군가가 한 명 먼저 시작하면 그 영향으로 다른 가족들도 변해요. 진짜예요.

엄마랑 직접 비교해봤던 노인 일자리 종류랑 특징 정리해본 표예요

일자리 유형 하는 일 예시 근무 시간 활동비 수준 느낀 점 요약
공공형 복지관 안내, 공공시설 환경관리 주 2~3회 / 하루 3시간 월 27만 원 안팎 몸에 무리 없고, 사회활동 느낌 강함
사회서비스형 어린이 통학도우미, 급식 도우미 주 3~5회 / 하루 3~4시간 월 30만 원 전후 사람 만나는 재미 있음
시장형 전통시장 판매, 카페 운영 보조 자율적 (상점 운영 시간) 수익에 따라 달라짐 소득은 유동적, 체력 소모 조금 큼
인력파견형 사무보조, 문서정리 등 주 3~5회 / 시간 선택형 시급 기준 지급 간단한 업무지만 거리 고려해야 함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말해요

누구나 나이 들면 사회에서 소외된다고 느끼기 쉽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회를 통해 부모님이 다시 활기를 찾으시는 걸 보니까, 저는 더 이상 ‘노후’가 걱정만 되는 시기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존중’이잖아요. 노인 일자리는 그 존중을 실제로 만들어주는 통로 같았어요.

하나하나 도와드리면서 저도 엄마랑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됐고,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바쁘게 살다 보면 부모님 손 잡을 기회도 잘 없는데, 이번엔 제가 그런 기회를 만든 것 같아서 스스로도 뿌듯했어요.

혹시라도 고민 중이시라면, 한 번만 용기 내서 신청 도와드려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괜찮고,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시간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