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엄마가 “나도 뭐라도 해볼까?” 하셔서 당황했던 날
진짜 예상 못 했던 날이었어요. 평소에는 TV 보시거나 동네 마실 나가시는 게 다였던 우리 엄마가, 뜬금없이 “요즘은 노인들도 일할 수 있다면서? 나도 뭐라도 해볼까?” 하시더라고요. 순간 저는 입이 딱 벌어졌어요. 어? 엄마가? 무슨 일? 왜 갑자기?
물어보니까, 동네 복지관에서 일하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이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하면서 용돈벌이도 되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하셨대요. 그 얘길 듣고 자극받으셨는지, “나도 뭐라도 신청해볼까” 하시는 거예요.
사실 저는 좀 걱정됐거든요. 엄마가 스마트폰 쓰는 것도 아직 낯설어하시는데, 무슨 온라인 신청까지 한다고 하시니까. 또 막상 신청하고 나서 체력이 안 되시면 어쩌지, 괜히 무리하시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마음먹으신 김에, 저라도 도와드려야겠다 싶어서 같이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든 궁금증은 ‘어디서, 어떻게’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노인 일자리 신청’ 치면 뭔가 뾰족한 사이트가 하나 딱 나올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검색해보니까 복지로, 정부24, 시청 홈페이지, 읍면동 주민센터 공고… 다 따로따로예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대체 어디서 신청하라는 거지?”
“엄마는 공공일자리 쪽이 나을까, 시장형이 나을까?”
“어떤 일들이 있는지 목록은 어디서 보지?”
“신청은 내가 대신해도 되는 걸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더 당황스러웠던 건요… 엄마는 이미 신청할 마음이 잔뜩이셔서 “내일 해보자~” 하고 계신데, 저는 아직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땀이 났어요. 이게 막상 도와주는 입장에서도 헷갈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더라고요.
복지로 사이트에서 신청 가능했지만…
몇 시간 동안 뒤적이다 보니까 ‘복지로’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는 걸 겨우 찾아냈어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접수가 가능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사이트에 들어가보니까 너무 복잡한 거예요.
탭이 여러 개고 메뉴가 많다 보니까 어디를 눌러야 할지 도통 모르겠고, 똑같은 단어들이 반복돼서 눈이 막 흐려지더라고요.
정작 ‘신청하기’ 버튼은 몇 번을 눌러야 나오는 구조고요.
게다가 로그인도 함정이에요. 엄마는 공동인증서도 없고, 민간인증서도 뭔지 모르시잖아요.
결국 제 인증서로 대신 로그인하고 신청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도 한참 걸렸어요.
진짜 저 혼자 했어도 복잡했을 텐데, 옆에서 계속 “이건 뭐야?” “여긴 왜 이렇게 나와?” 질문 폭탄 맞으면서 하니까… 머리가 띵했어요.
일자리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해서 놀랐어요
고생 끝에 정보 찾고 나서, 드디어 어떤 일자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막연히 ‘어르신들 환경미화 같은 거 하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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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등하굣길 교통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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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에서 책 정리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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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서 프로그램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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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화단 정리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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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간단한 문서정리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무작정 몸 쓰는 일만 있는 게 아니고, 어르신들 특성에 맞춰 앉아서 할 수 있는 업무도 많았어요.
엄마도 보시더니 “어머 이건 괜찮겠다~” 하시면서 눈이 반짝이셨어요.
근무 시간도 너무 길지 않아서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하루 2~3시간, 주 2~3회 정도인 경우도 많았고요.
월급은 대략 27만 원 전후인데, 엄마는 그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나도 뭐라도 하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이 더 크다고 하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실수에 당황했던 순간
그렇게 막 신청을 하려던 찰나… 접수 기간이 끝났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지금은 신청 마감됐습니다”라는 문구가 딱 떠 있는데, 순간 엄마 앞에서 완전 민망했죠.
“아이고 엄마… 이거 지금 신청 못 하네요…”
엄마는 실망 반, 아쉬움 반… 저는 죄송함 백 퍼센트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이거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구나’
시·군·구마다 접수 시기가 다르고, 상반기·하반기 모집이 따로 있어서 꼭 공고 확인해야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로는 시청 홈페이지랑 복지로 공고란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게 됐어요.
이걸 알아보면서 느낀 점
일단 어르신 입장에서 가장 큰 장벽은 ‘정보의 부재’ 같아요.
진짜 일할 의지도 있으시고, 몸도 아직은 건강하신 분들도 많거든요.
근데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무슨 자격이 필요한지… 이런 걸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또 하나는 ‘디지털 접근성’ 문제요.
엄마 같은 경우도 스마트폰이랑 컴퓨터는 아직도 어색한데, 온라인 신청이 기본이니까 어려운 거예요.
로그인할 때마다 인증서 찾고, 개인정보 입력하고… 벌써부터 “나 이거 못 하겠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옆에서 제가 같이 해드리니까 “이거 하나만 도와줘도 세상이 달라지네~” 하시며 웃으셨어요.
그 말 듣고 마음이 찡했어요. 진짜요.
엄마랑 같이 보면서 정리해본 노인 일자리 종류
일자리 유형 | 활동 내용 | 근무 시간 | 지원 대상 | 한 달 예상 수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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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환경 정리 | 공원 쓰레기 수거, 안내문 정리 등 | 주 3회, 하루 2시간 |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 약 27만 원 정도 |
초등학교 교통도우미 | 아침 등하교 시간에 교통안전 지도 | 평일 오전 1~2시간 | 활동 가능한 만 60세 이상 | 약 30만 원 전후 |
복지관 업무 보조 | 문서 정리, 간단한 행정 서류 정리 등 | 주 2회, 하루 3시간 | 경력이나 컴퓨터 기초 가능자 | 약 25만 원 정도 |
지역 배달 도우미 | 소규모 반찬 배달, 서류 전달 등 | 유동적 (협의 후 결정) | 자차 또는 전동차 소지 어르신 | 수익 기반, 상이함 |
도서관 정리 보조 | 책 정리, 대출 업무 보조, 좌석 관리 | 주 3회, 하루 2~3시간 | 만 60세 이상, 활동 가능자 | 약 28만 원 정도 |
결국, 추천할까 말까?
저는 백 번 추천드리고 싶어요.
물론 과정이 좀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어요.
근데 그거, 딱 한 번만 도와드리면 그다음엔 훨씬 수월해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어르신들 삶의 리듬이 생기고, 대화 주제도 많아지고, 표정이 환해지는 걸 직접 보니까…
이건 단순한 소득지원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예요.
우리 엄마도 요즘엔 “이제 나도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하시면서 기운이 훨씬 밝아지셨어요.
집에만 있으면 우울하다고 하셨는데, 요즘은 출근하는 기분이랄까?
혹시 부모님이나 시어르신께서 “뭐라도 해보고 싶다” 하시면, 꼭 노인 일자리 온라인 신청 한번 도와드려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이 될 거예요.
아, 마지막 팁 하나 더 드리자면요.
공고는 복지로에서 확인해도 좋지만,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에서도 올라오니까 같이 체크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전화 한 통 해보는 것도 괜찮고요.
사실, 제가 이걸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냥 ‘복지 서비스 하나겠지~’ 하고 넘겼을 거예요.
근데 엄마 얼굴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이런 기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정보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의 활력이 될 수 있어요.
진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