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지원금 액수, 실수 끝에 찾은 희망

그냥 그날, 아버지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한 건 아니었어요. 평소처럼 일하고, 집안일 돌보고, 저녁에는 아이들 학교 준비물 챙기다가 잠깐 쉬는 타이밍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거든요. 그날은 목소리부터 평소랑 좀 다르더라고요.

“야, 나 요즘 좀 이상해. 기운도 없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니까 머리가 멍하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는데, 통화가 길어질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말끝마다 힘이 쭉 빠져 있는 게 느껴졌어요.

“아빠,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한참을 침묵하셨다가…

“나 뭐라도 좀 해야겠다. 이렇게 있으니까 더 늙는 거 같다.”

그 말이 귀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뭐라도 찾아보자, 그런데 세상이 왜 이렇게 복잡한지

다음날부터였어요.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겠구나 싶어서, 점심시간에 짬내서 핸드폰으로 ‘노인 일자리’ ‘노인 지원금’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봤어요. 그런데 이게 뭐죠…?

‘공공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시니어클럽, 연계형’
이름도 낯설고 설명도 어려웠어요. 그냥 ‘노인 일자리’면 되지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거예요?

그래도 계속 보다 보니까 대충 감은 오더라고요. 공공형이 제일 많고, 거기서 말하는 ‘월 30만 원’이 가장 일반적인 액수 같았어요. 하루 3시간씩 주 3일 근무, 월 30만 원 내외 지급.

‘이거다.’

그 순간, 머릿속에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상상이 떠올랐어요. 요즘 자주 한숨만 쉬시는데, 뭐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시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퇴근하고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어요.

“아빠, 요즘 정부에서 노인들한테 일자리 주는 거 알아요? 하면 돈도 나오고 사람들도 만나고 괜찮대요.”

아버지가 묻더라고요.
“그런 건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나?”

진짜 그 질문 하나에 갑자기 마음이 콱 찡해졌어요. ‘나 같은 사람’이라뇨…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아서 더 속상했어요.

신청하려다가 좌절… 접수 날짜 헷갈려서 낭패

그래도 바로 다음 날, 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주민센터로 갔어요. 담당자 분께 여쭤보니까 “공공형은 보통 연초에 모집하는데, 어르신도 해당되실 것 같다”는 답을 들었어요.

신청은 1월 10일부터라 했는데 제가 정신이 없어서 2월 10일로 잘못 기억한 거예요. 그 바람에 신청기간이 끝나버렸고, 아버지한테는 “접수 아직 안 시작했어요~” 하면서 대충 얼버무렸는데, 몇 주 후 제가 진짜 착각한 거란 걸 알게 됐죠.

그날 밤, 이불 덮고 누워서 한참을 후회했어요. 왜 캘린더에 표시라도 안 해뒀을까. 내가 챙겨드린다며 그렇게 말해놓고… 정말 창피했어요.

아버지는 별말 안 하셨지만, 그날따라 “오늘은 날이 좀 어둡더라…” 하시는데, 그게 더 마음을 찢어놓더라고요.

다음 기회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모집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주민센터 담당자 번호도 저장해두고, 모집 일정 알람도 두 번씩 맞춰뒀어요.

다행히 몇 개월 뒤에 추가모집 공고가 떴고, 이번엔 진짜 아침부터 줄 서서 접수했어요. 신청서 쓰고, 건강상태 체크하고, 서류 내는 데까지 한참 걸렸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설레더라고요.

아버지도 접수 마치고 나오시면서 “나 같은 사람도 뭔가 다시 해보려니까 기분이 묘하네”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아빠, 이제 시작이에요” 했죠.

월 30만 원보다 훨씬 더 큰 걸 얻었어요

아버지는 그 뒤로 ‘어린이 교통지도 도우미’ 일을 하셨어요. 일주일에 세 번, 아침에 잠깐 나가셔서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들 인사 받으시고 안전지도 해주셨어요.

첫날 일 마치고 오신 날, 마당에서 고무장갑 끼고 화분 정리하시는데 어깨가 다 펴져 있는 거예요. 그 모습 보고 그냥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늘 뒷짐지고 고개 숙이고 앉아만 계셨거든요.

“오늘 어떤 애가 ‘할아버지 고마워요~’ 이랬다? 세상에, 그거 하나 들으니까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월 30만 원이 물론 생활비에 보탬이 되긴 했어요. 병원비, 교통비, 손주 용돈도 주시고요. 근데 진짜 큰 건… 아버지 자신이었어요. “내가 아직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감각. 그게 제일 값졌어요.

어느 날 엄마가 내게 한 말

아버지가 일 시작하고 두 달쯤 됐을 때, 엄마랑 전화하다가 무심코 이런 말을 하셨어요.

“너 아빠 요즘 안 늙는 거 같지 않냐?”

그 말 듣고 나도 모르게 웃었어요. 진짜였거든요. 예전엔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말수도 없으셨는데, 요즘은 하루 일지처럼 그날 있었던 일들 얘기해주시고, 아침에는 운동화 끈까지 스스로 묶으세요.

가족들이 함께 밥 먹을 때 아버지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예전엔 묻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다들 “오늘 아이들은 많았어요?” “춥진 않았어요?” 이렇게 묻는 분위기가 됐죠.

지금은 주변 엄마들에게 내가 먼저 얘기해요

그 일을 계기로 제가 확실히 바뀌었어요.

요즘 동네 엄마들이랑 커피 마시다 이런 말 자주 해요.
“혹시 시아버님이나 친정아버지 노인 일자리 알아보셨어요?”
그러면 다들 “그런 게 있어요?” 하고 놀라세요.

저는 그럴 때 꼭 강조해요.
“그거요, 그냥 한 달에 30만 원 버는 게 아니라, 그분들의 하루를 다시 살아나게 해줘요. 직접 봤어요.”

아버지랑 신청했던 노인 일자리 정리표 (내가 헷갈렸던 부분 모아보기)

구분 지원 가능 연령 활동 시간 월급여 예상액 주 업무 예시 우선 선발 기준
공공형 만 65세 이상 주 3일, 하루 3시간 약 30만 원 내외 교통안전, 환경정비 등 기초연금 수급자 우선
시장형 만 60세 이상 시간제 (자율적) 사업마다 다름 카페 운영, 매장 보조 등 건강, 경험 등 참고
사회서비스형 만 65세 이상 주 5일, 1일 3~4시간 약 70만 원 내외 돌봄보조, 복지서비스 등 관련 경력 우대 있음

제가 가장 헷갈렸던 게 ‘공공형’과 ‘시장형’ 차이였어요. 복지관 직원분께서 직접 설명해주시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 뻔했어요..

우리 아버지 일 시작 전후 바뀐 모습, 딸 입장에서 느낀 변화들

구분 일 시작 전 일 시작 후
하루 일과 주로 집에서 TV 시청, 산책 드물게 함 정해진 출근일 생기고 활동량 늘어남
대화의 주제 건강 걱정, 뉴스 이야기 중심 그날 있었던 일, 아이들과의 대화 이야기
표정과 말투 힘 빠지고 무표정한 날 많았음 인사 받았다고 자랑하며 웃는 날 많아짐
자존감 변화 “이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 자주 함 “아직 나도 할 수 있다”는 말 자주 하심
가족과의 관계 대화 적고 침묵 많은 편 식탁에서 먼저 말 거시고 농담도 하심

저는 월 30만 원보다도, 아버지 눈빛이 달라진 게 제일 컸어요. 그 변화가 돈으로는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마음속에 남은 한 문장

“야, 나 이제는 누가 날 기다려주는 시간이 있어.”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셨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말이 제게도 삶의 리듬을 다시 알려줬어요. 누군가를 챙긴다는 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라는 걸요.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검색만 하다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어요. 이름도 헷갈리고 절차도 복잡해 보여요.

근데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알아보세요.
그게 누군가의 일주일, 한 달, 아니 인생 전체를 다시 돌아가게 할지도 몰라요.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