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용정책 신청하고 인생이 달라졌어요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 봄날처럼

봄이었어요. 바람이 부드럽고 햇살이 따뜻해서 괜히 창밖을 오래 보게 되던 날들이었죠.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남편은 승진하느라 야근이 잦아졌고, 저는 그 모든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어요.

오전 시간은 유독 길게 느껴졌어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집 안을 정리하고 나면 아직도 10시. 시계를 보면서 ‘이제 뭐하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옛날엔 바빠서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니 허전하더라고요. 그냥 심심한 거라고 넘기기엔 속이 자꾸 허했어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솔직히 두려움이 더 컸어요. 경력단절이 벌써 10년을 넘겼고, 예전 회사 사람들과도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저를 붙잡았죠.

그냥 그런 막막한 마음이 하루 이틀 계속되던 차에, 남편이 우연히 구청에서 받아온 전단지를 건네줬어요. 중장년 여성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적힌 안내지였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어느 날 다시 꺼내 읽었어요. ‘상담만이라도 받아볼까?’ 그런 마음으로 고용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그렇게 저는 오랜만에 새로운 길목에 서게 됐어요.

다시 사회로 나가는 길목 앞에서

고용센터에 처음 방문하던 날이 아직도 선명해요. 길을 찾으면서도 속으로 ‘괜히 오는 거 아냐?’ 자꾸 되뇌었어요.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을 밀고 들어갔죠.

안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도 있었고, 또래 여성들도 보였어요. 상담실에 앉았을 때, 상담사가 웃으며 말을 건넸는데 그 따뜻한 눈빛이 어찌나 고맙던지. 마치 오랫동안 혼잣말만 하다가,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지금 이 나이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주던 그 상담은 지금도 제 마음에 남아 있어요. 직무교육 프로그램이 많다고 하셨고, 그중에 컴퓨터 실무 과정이 적당할 거라며 추천해주셨어요.

막상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 정말 쉽지 않았어요. 엑셀 창만 띄워도 막막했고, 단축키 하나 외우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옆자리 분은 엄청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저는 계속 똑같은 화면에서 헤매고 있었고요. 몇 번은 수업 도중 나가고 싶을 만큼 초라한 기분이 들었어요.

놓아버릴까 말까, 그 끝자락에서

‘나한테 이건 무리일지도 몰라.’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던 날이 있었어요. 혼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죠. 그렇게까지 마음이 무너진 건 아마, 스스로를 너무 오래 방치해온 탓이었던 것 같아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역할로 살아오면서 제 자신에게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몰려왔어요. 기술도 없고, 경험도 오래돼서 쓸 수 없고,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느리고. 온통 못하는 이유만 가득했어요.

그런데 다음 날도 저는 수업에 나갔어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날따라 ‘여기서 포기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아마도, 한 번쯤은 나를 위해 싸워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서요.

내가 나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익숙해졌어요. 단축키도 하나씩 외워지고, 파일 저장도 실수 없이 하게 되고, 동료들과 웃으며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생겼어요. ‘내가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모르겠네’라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들더라고요.

교육을 마친 뒤에는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된 취업 기회가 주어졌어요. 행정 보조 역할이었고, 주 4일 오전 근무 조건이라서 저처럼 다시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없었어요. 면접을 볼 때는 온몸이 굳을 만큼 떨렸지만, 결국 저는 그 자리에 합격했고, 다시 일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처음엔 긴장해서 서류 하나 출력하는 데도 손이 덜덜 떨렸어요.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 흐름도 익히고, 컴퓨터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어요. 급여가 많진 않지만, 매달 통장에 월급이 들어올 때마다 제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졌어요.

일하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감정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생기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누가 나를 기다려준다는 감각, 내가 오늘 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확신. 그런 것들이 하루하루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어요.

집에서도 변화가 생겼어요. 아이가 “엄마 요즘 얼굴이 밝아졌어” 하더라고요. 남편도 종종 점심을 먹자며 회사 근처로 불러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어요.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고, 단지 그걸 잊고 살았을 뿐이었어요.

내 안에 있던 말 한 마디가 바뀌었어요

예전엔 늘 ‘내가 무슨 일을 해’, ‘이제는 늦었어’, ‘할 줄 아는 게 없어’라는 말이 마음속에 박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한 번쯤 해봐도 괜찮잖아.’
‘내가 못한다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잖아.’
‘늦은 건 아니야, 지금부터가 시작이지.’

이렇게 바뀐 말들이 제 삶을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제가 바뀌니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고, 기회도 그만큼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쉽진 않아요. 몸도 예전만큼 따라주지 않고, 늘 새로운 걸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그 두려움 속에도 희망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 희망을 잡을 용기만 있으면, 어떤 길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요.

중장년 고용지원 제도, 내가 직접 겪은 주요 프로그램 요약

항목 내가 경험한 내용 느낀 점
직업상담 고용센터 방문 후 맞춤 상담 진행 같은 또래 여성도 많아 안심됨
직무 교육 컴퓨터 실무 과정 (엑셀, PPT 등) 수강 어렵지만 따라갈수록 자신감 생김
취업연계 프로그램 교육 수료 후 지역 복지시설 면접 기회 제공 무작정 지원이 아니라 자연스러워 부담 적었음
행정보조 파트타임 취업 주 4일 오전근무로 시작 업무가 익숙해지며 주 5일로 전환됨

본 표는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구성된 예시이며, 각 지역 고용센터마다 제공되는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날의 내가 있어, 오늘의 내가 있어요

고용센터 문을 밀고 들어가던 그날의 저에게 지금 말해주고 싶어요. 정말 잘했다고, 참 잘해냈다고.

요즘도 가끔은 예전처럼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어요. 바람이 불고, 햇살이 드리우는 그 장면 속에서 예전의 나를 떠올리죠. 그러면 마음속에서 조용히 하나의 문장이 떠올라요.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도 살아야 해요.”

그 문장이 저를 다시 길 위에 세워줬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그렇게, 나를 중심에 두고 걸어보려 해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건 제 인생 후반전의 가장 큰 선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