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직업훈련비용으로 내 인생이 달라졌어요

아주 작은 결정이 나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은 아주 평범한 날이었어요.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손엔 대파랑 두부, 할인 스티커가 붙은 우유 한 통이 들려 있었죠. 집에 가면 애 간식 챙기고 저녁 준비에 밀린 빨래까지, 늘 하던 루틴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정류장 옆에 붙은 작은 안내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중장년 직업훈련비 지원 안내. 몇 초 동안 그걸 멍하니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마음속에서 딱 하나의 문장이 울렸거든요. “지금 아니면, 정말 못 바꾼다.”

이상하게 그날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림도, 아이 키우는 일도, 모두 소중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너무 오래 미뤄온 느낌이었어요. 딱히 무슨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마음속에서 쌓이고 쌓인 무언가가 아주 조용하게, 그런데 단단하게 터져 나왔던 것 같아요.

시작은 늘 어설프고, 조심스럽죠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봤어요. 중장년 대상 직업훈련비 지원이란 게 꽤 폭넓게 열려 있더라고요. 막연히 ‘나 같은 사람은 해당 안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해당자라는 걸 알고 나니 조금씩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국민내일배움카드 신청부터 먼저 해보자 싶어서 고용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했어요. 긴장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뭘 한다고 이런 데까지 와 있나 싶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선 묘한 설렘이 고개를 들었어요.

담당자분은 아주 친절했어요. 제 나이, 상황, 경력 단절의 시간들에 대해 말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요즘 그런 분들 정말 많아요. 충분히 하실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몰라요. 누군가 나를 ‘아직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봐준다는 게 참 고마웠어요.

욕심은 없었어요, 그저 내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어요

무슨 과정으로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생활요리 자격증 과정을 신청했어요. 원래 요리를 좋아하기도 했고, 이왕 배우는 거 나중에 동네 강좌라도 하나 열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학원은 집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거리, 수업은 주 2회 저녁 시간대. 괜찮다 싶었어요.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죠.

첫 수업날은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긴장했어요. 다들 나보다 젊을까 봐 걱정도 됐고, 뭘 놓칠까 싶어 공책까지 사서 메모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 또래의 엄마들이 꽤 있었어요. 어떤 분은 50대 초반이셨고, 어떤 분은 아이 유치원 졸업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상하게 그 말만으로도 마음이 놓였어요.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그 이상으로 충만했어요

수업은 생각보다 알찼고 재미도 있었어요. 물론 쉽진 않았죠. 온종일 일하고, 집안일 마무리하고, 거기서 다시 나가서 머리 쓰고 손까지 써야 하니까요. 처음엔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됐고, 애 숙제 챙겨줄 기운도 없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한 번은 실습 수업을 빠뜨릴 뻔했어요. 갑자기 아들이 열이 나는 바람에 학원에 연락도 못 하고 못 갔거든요. 다음 주 수업에 갔더니 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엄마들은 늘 변수와 싸우잖아요. 그래도 다시 오셨으니 된 거예요”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에 괜히 울컥했어요. 나를 이해해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건 아니었어요

매 수업이 터닝포인트는 아니었어요. 가끔은 지겹기도 했고, 왜 이런 걸 배우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계속 가게 되더라고요. 그 이유는, 거기 가면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어요. 그게 수업 내용이든, 동료들과의 수다든, 또는 그냥 조용히 칼질하는 시간이든요.

그리고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나, 지금 꽤 괜찮은 시간을 살고 있네.”
예전엔 내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랐고, 그냥 주어진 일만 해내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뭔가 내 하루 속에 내가 있어요. 작지만 아주 소중한 변화였어요.

수료증을 받는 날, 아이가 나를 안아줬어요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수료식 날이 왔어요. 아이한테 “엄마 수료식 가야 해”라고 말했더니, 자기 장난감 상자에서 금색 스티커 하나 꺼내서 저한테 붙여주더라고요. “엄마는 1등이야.” 그 순간,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자책감 같은 게 스르륵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말이에요.

요즘은 동네 주민센터에서 소규모 요리 클래스를 열고 있어요. 물론 수입은 크지 않아요. 그래도 제가 만든 강의안을 보고 사람들이 따라 하고, 수업 끝나고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말해주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가끔은 아이 친구 엄마들이 “나도 그거 해볼까?”라며 물어봐요. 그럴 때마다 말해줘요. “지원금 아끼지 말고, 자기한테 한 번만 써봐. 진짜 달라져.”

중장년 직업훈련, 내가 겪은 감정 변화 흐름 도표

시점 감정 상태 행동 변화 내면의 변화
시작 전 불안, 무력감 관심만 있었음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의문
고용센터 방문 후 두려움과 기대 상담받고 카드 신청 ‘나도 대상자가 될 수 있구나’ 확신
수업 초기 혼란, 피로 과제 제출, 실습 참여 ‘괜히 시작했나’ 흔들림
중반 이후 소속감, 자신감 적극 참여, 동료와 교류 ‘나는 지금 성장 중이야’ 자각
수료 이후 뿌듯함, 자부심 자격증 취득, 강의 시작 ‘내가 다시 시작했구나’ 확신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그 한 마디

요즘도 여전히 바쁘고, 피곤한 날은 더 많아요. 가끔은 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늦게 시작해도 돼. 멈추지 않으면 괜찮아.”
중장년 직업훈련비는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저 같은 엄마들에게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손 내밈이었어요.

저는 이제 또 다른 과정을 알아보고 있어요. 바리스타 과정도 흥미롭고, 스마트스토어 교육도 관심이 생겼어요.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지금 아니면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해요.

무언가를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란 없어요.
단지 지금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시기일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내일을 조금씩 준비해요.
가족을 위해 살던 엄마에서, 나 자신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중장년 직업훈련비는 그 시작을 가능하게 해준 고마운 발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