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예전까지는 ‘할부=빚’이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뭐든 할부로 사는 건 왠지 무능해 보이고, 돈 없어서 사는 사람들만 쓰는 거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현금이나 일시불을 고수했어요.
근데 막상 40대가 되고 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갑자기 냉장고 고장 나고, 아이들 태블릿 바꿔야 하고, 거기다 자동차 수리비까지 한꺼번에 터지니까 현금이 팍 나가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24개월 할부’라는 선택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실제로 제가 경험해 보니까 생각보다 이자가 부담스럽지 않았고, 혜택도 괜찮았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24개월 할부로 물건 사고, 이자 계산하고, 신용점수까지 살펴본 경험을 풀어보려고 해요.
지금 할부 고민 중인 분들께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할부를 쓰게 된 계기
갑작스러운 냉장고 고장
작년 여름, 냉장고가 갑자기 꺼지더라고요. 전날까지 멀쩡했는데 다음 날 보니까 내부가 미지근해져 있더라고요. 수리기사를 불렀더니 컴프레서 교체 비용이 50만 원 넘게 나오는 거예요.
10년 넘게 쓴 거라 그냥 새로 사기로 마음먹고 마트로 향했죠. 그런데 요즘 냉장고가 100만 원은 훌쩍 넘더라고요. 그 달 지출이 많았던 터라 현금으로 결제하는 건 부담돼서 24개월 할부를 알아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자 엄청 붙을 텐데…’ 싶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요.
24개월 할부 이자 계산 직접 해봤더니
할부 수수료가 얼마나 붙는지
제가 산 냉장고 가격은 1,200,000원이었어요. 삼성카드로 24개월 할부 선택했고, 해당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는 연 5.9%였어요.
단순히 나누기 24 해서 내는 게 아니라, 이자가 붙으니까 월 납입금이 약간 올라가요. 실제로 계산해보니까 월 54,025원 정도 나왔어요. 전체적으로는 총 납입금이 약 1,296,600원이더라고요.
즉, 이자로는 약 96,600원이 붙는 거죠.
물건 가격이 크다 보니 이자도 적지는 않았는데, 2년간 나눠서 낸다고 생각하니 부담은 확 줄더라고요.
이자 계산 방식은 단순이자 기반
제가 처음에는 원리금균등인지, 잔액기준인지 이런 게 헷갈렸어요. 대부분 카드사 할부는 ‘단순이자 기반의 균등할부’ 방식이에요.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이자 포함된 금액이 고정되어 있는 구조죠.
매달 원금+이자 합쳐서 같은 금액 내니까 계산하기도 쉽고, 계획 세우기도 수월했어요.
수수료 아끼는 방법이 있을까?
무이자 행사 꼭 챙겨보기
제가 아쉬웠던 건, 그 냉장고는 무이자 행사가 안 붙어 있었어요. 같은 날, 같은 매장에서 다른 제품은 12개월 무이자 할부가 붙어 있었더라고요.
무이자 할부는 제휴 카드사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품보다 카드 혜택을 먼저 확인하고 고르는 게 이득이에요. 저도 그 뒤로는 전자제품 살 땐 카드사 무이자 여부부터 확인해요.
일부 할부 혜택은 포인트나 캐시백도 있음
몇몇 카드사는 24개월 이상 장기 할부를 사용할 경우, 캐시백이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실제로 신한카드로 12개월 할부했던 가전제품 구매에서 2만 포인트 받았던 경험도 있어요.
이런 혜택은 카드사 이벤트 페이지 들어가서 직접 찾아봐야 알 수 있으니까, 큰금액 결제할 땐 꼭 확인해보세요.
할부가 신용점수에 미치는 영향
연체만 없다면 오히려 긍정적 영향
저도 처음엔 걱정했어요. ’24개월 할부하면 신용점수 떨어지는 거 아냐?’ 하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체 없이 꾸준히 납부하면 오히려 신용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장기 분할 납부를 성실하게 이행하면, ‘건전한 채무자’로 인식돼서 평가에 도움 되더라고요.
실제로 제 경우, 냉장고 할부 시작하고 6개월 뒤에 나이스 신용점수가 5점 정도 상승했어요. 물론 이게 다 할부 덕분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영향을 준 건 확실해요.
단,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혼용은 피하는 게 좋아요
제가 신용관리 관련 상담을 받았을 때 들은 얘긴데, 카드 할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성 신용 거래가 함께 있으면 신용점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대요.
그래서 할부로 큰 금액 결제했을 땐, 최소 몇 달은 다른 신용거래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느낀 24개월 할부의 장단점
장점: 유동성 확보, 예산 분산
확실히 목돈 나가는 스트레스가 없어진 게 제일 좋았어요. 월 5만원대라서 커피 줄이고, 외식 두세 번 줄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요.
이렇게 나눠서 내니까, 한 달 생활비가 훨씬 여유로워졌어요.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입장에서 이건 꽤 큰 장점이었어요.
단점: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지 않음
근데 단점도 있어요. 24개월이 생각보다 금방 안 가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생기니까 그 금액만큼은 항상 남겨놔야 하니까요.
또, 한 번 할부가 늘어나면 그다음도 습관처럼 하게 되는 점도 있더라고요. ‘이번 달엔 어차피 또 빠지니까, 하나 더 할부해볼까?’ 이런 식으로. 그게 계속 쌓이면 결국 총 지출이 늘어나니까 이 부분은 조심하셔야 해요.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저는 할부를 무조건 피하지는 않아요. 다만 ‘무이자일 때만, 정말 필요한 물건에 한해서만’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할부를 결정할 땐, 내 24개월 뒤를 먼저 상상해봐요. “그때까지 이 물건을 잘 쓰고 있을까?” “그 금액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나서야 결정을 내려요.
마무리하며
할부라는 게 예전엔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느껴요. 똑똑하게만 쓰면 오히려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신용관리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무턱대고 쓰는 건 당연히 위험하지만, 필요할 때 잘 선택해서 쓰는 건 충분히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팁 하나 드리자면
할부 시작 전엔 꼭 ‘이자 총액’과 ‘내가 2년 동안 부담 가능한 월 납입금인지’를 계산해보세요. 단순히 나누기 24 해놓고 ‘괜찮겠지’ 하면 나중에 힘들 수 있어요.
한 줄 요약
24개월 할부, 무조건 나쁜 선택은 아니었고 이자와 혜택 잘 따지면 유동성 확보에 꽤 유용한 소비 전략이 될 수 있어요.